20세기 사상의 A부터 Z까지… 철학사 입문서
20세기 사상의 A부터 Z까지… 철학사 입문서
  • 이승옥
  • 승인 2012.10.15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 이승옥 기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구조주의에서부터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 앙리 베르그송의 생의 철학, 프리드리히 니체의 형이상학, 카를 마르크스의 마르크시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사상들의 이름이다. 식민지 전쟁으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분쟁과 경제규모, 문화현상 등 모든 것이 글로벌화돼 근대적 의미의 국가주의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했던 20세기는 사상에서도 수 많은 변화와 다양성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여지껏 입문자를 위한 철학사 책은 많았지만 20세기 전후에 활동한 현대 철학자들을 한 지면에 모두 담은 입문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오늘의 사상을 있게 만든 20세기 사상의 거두 27명을 한 권에 요약한 현대 철학 입문서이다. 또한 연대순으로 사상가를 나열하는 흔한 방식을 버리고, 사상가들이 각자 일생일대의 화두로 삼았던 문제를 주제별로 묶어 소개함으로써 실제 당시의 학문적 흐름에 최대한 가깝게 구성했다.
 
사상은 하나의 담론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인간의 입체적이고 다양한 지적 영역을 수용하며 발전한다. 특히나 철학사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은 특정 시기의 사상을 시대적·지리적으로 구분해 기술하다보니 '언제', '어디서'라는 면에만 지나치게 촛점을 맞춰 사상사의 입체성과 복잡성을 단선적으로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상가를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또, 20세기 사상을 '전근대→ 모더니즘 → 포스트모더니즘'의 순서로 파악하는 현대 철학서들의 보편적인 방식에서도 탈피했다. 대신 당시의 사상가들이 20세기의 '무엇'을 바라보았는지에 주목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현대 사상의 뿌리가 된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에 대해 먼저 살펴본뒤, 23명의 사상가들을 4가지 주제에 따라 2~5장에 담았는데, 이는 20세기의 사상가들이 현대인의 어떤 측면을 규명하고자 했는지를 인간의 이성 영역을 기준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 책이 일반적 철학사 책과 구분되는 또다른 점은 내용뿐 아니라 저자도 다르다는 점이다. 저명한 학자나 유명 저자가 아닌 인문학 운동 공동체로서 철학, 인문학 위주의 시민 강좌를 여는 '대한연구공동체'가 기획한 이 책은 대부분이 유명하지 않거나 혹은 재야의 소장 학자들 13명이 모여 만들어내 기성 필진들에게서 접하기 어렵고 신선한 표현이 곳곳에 보인다.
 
인문학의 본질은 출구 없는 경쟁에 내몰린 우리 삶을 성찰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힐링' 코드와도 근본적으로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시대의 인문학을 모른채 현재의 인문학만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21세기에 정리해 보는 20세기 사상이 아닌 오늘날과 현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해 줌으로써 우리를 인문학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마음의 '힐링' 마져도 이루어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20세기 사상 지도
임상훈 외 12인 지음 | 부키 펴냄 | 336쪽 | 16,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