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에도 많은 개미와 베짱이 비틀기 버전이 있지만, 대부분은 개미도 열심히 일한 덕에 겨울을 버틸 수 있다고 마무리한다. 하지만 저자가 만나 본 한국의 개미들 상당수는 추운 겨울에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저자는 80년대 젊은 날 스스로 봉제공장 노동자로 살았고, 사노맹 사건으로 6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노동문제만 파고든 지 28년째고, 많은 저서와 논문을 통해 노동정책을 제시해 왔다. 문재인 캠프에서 일자리 정책을 설계하며 화두인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그래도 1970, 80년대 한국의 개미들, 일명 ‘공순이’와 ‘공돌이’들은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밥 먹듯이 했지만 희망은 있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결혼해서 집을 사고, 아이들 대학까지 보냈다. 하지만 저자가 10여 년에 걸쳐 직접 만나본 요즘 비정규직들에겐 애인도, 주택청약통장도, 자가용도 없다. 비정규직인 탓에 미래를 준비하지도 못한다.
회사에서 성실한 근무자라는 평가를 받아도 몇 년 후에 해고돼야 한다면, 10년쯤 계속 근무해도 경제 위기 때마다 해고 1순위라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또 무엇일까?
왜 태어날 때 부모에게 명품이던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비용으로 전락하고 마는 걸까? 답을 찾고 싶었던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노동권을 강제로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일을 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동권을 확립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노동권이 인간으로의 존엄을 다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 한국 사회의 큰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절반의 이야기다. 그래도 절반을 함께 가다 보면 나머지 절반의 길도 희미하게나마 보이지 않을까. 우리가 노동권 문제를, 그리고 이 책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더불어 우리 대부분이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정작 노동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모습, 노동시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영원히 주변부를 맴돌며 근로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 같은 노동을 하면서 다른 대가를 받는 노동자의 차별 구조 등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한국 사회의 시한폭탄인 ‘두 개의 노동’을 집중 조명하며 노동의 정당한 자리를 찾아야 일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날아라 노동
은수미 지음 | 부키 펴냄 | 240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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